비오는 밤의 가능성 Summer MMXII

비오는 밤은 비가 안오는 밤보다. 다양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비오는 밤에 논에서 범인이 살짝 머리를 들이 밀었을때, 나는 스크린에서 내머리로 연장된 유에스비 케이블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비는 세상을 촉촉하게 할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각마져도 촉촉하게 만들어 그 사람을 민감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는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사진 이전에,.. 카메라 자체를 너무나 좋아 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동생과 집안의 가재도구를 이용하여 우주선을 만들었는데 우주선의 핵심부분 (아마도 내 기억에서는 아직 그부분에 대해서 인지하지도 교육 받지도 않았지만, 블랙박스 혹은 항법장치 정도 였던 것 같다.)에는 아버지의 카메라 펜탁스 MX가 탑제되었다. 이렇듯이 카메라는 내가 그냥 막연히 좋아 하는 물건이다. 노부요시 아라키의 말처럼 자아의 확장(성기나 곤충의 안테나..)가 아닌 그냥 어린 마음에 복잡한 톱니바퀴 덩어리에 매력을 느끼는 것 처럼 말이다. 비오는 날 그리고 카메라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요소인것 같다. 내가 좋아 하는 카메라중에 현장감독이라는 카메라가 있는데 그냥 누르면 찍히는 28미리 광각의 왜곡심한 카메라 이다. 현장감독, 비오는 날의 현장기록. 비오는 날에 뭔가 신나게 할수 없는 약간은 움츠려들게 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카메라는 잉여적 에너지의 시너지를 돕는 존재이다.

어느정도 사진을 한다 하면 카메라 이야기를 잘 안한다. 마틴파는 흔하디 흔한 캐논 이오에스를 쓰고 누군가는 라이카를 쓴다. 사진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가 필요하다. 카메라가 너무나 좋다. 진심으로. 또한 비 이야기 하다가 카메라 이야기 하나면.. 이것 또한, 내가 나의 부족함을 보조하기 위하여 카메라를 택한 이유.

비오는 날 촉촉해진 이와같은 감정은 마치 촉촉한 감광유제를 넣은 카메라의 상태로 모두의 몸을 각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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