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FAMILY [Small Documentary]
일제시대 나의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서당의 훈장선생님이셨다. 하지만 일제시대 신식학교가 자리잡으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강원도 정선군 도전으로 이사를 가셨다. 신식교육을 받지 못한 할아버지께서는 강원도 삼척시 북평읍(지금의 동해시 북평동)으로 내려오셔서 소작농으로 논농사를 지으셨다. 나의 아버지는 사실 농부가 아니라, 증조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한글 서예를 즐기시는 서예가 이자 평범한 회사원이시다. 아버지는 주말과 출근전 새벽시간을 이용해 조금 무리라고 생각되는 밭을 가꾸신다. 아버지께서는 한글 서예(궁서)를 주로 하시는데 그 가꿔놓으신 밭이 흡사 한글 서예의 화선지와 같다. 나의 가족을 가볍게 다큐멘트 해보았다. 사실 나는 브루스 길든과 같이 있는 그대로를 찍는 것을 좋아 한다. 하지만 적당한 설정을 통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12년간 사진을 찍어온 나로써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흡족해 하실 만한 사진을 찍은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든다. 잘찍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이 좋아 하는 느낌을 이제야 깨달은것 같다는 이야기다. 나는 사진적 권력의 백그라운드가 없다. 소위 말하는 출사클럽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고, 정통파 다큐멘터리 저널리즘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