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창조적으로 사는 방법

물리나 생물학과 같은 기초과학은 ‘관찰’을 통해서 자연계에 있던 기존의 사실을 밝혀낸다. 그 밝혀낸 사실은 타 학문의 근간이되어  창조적으로 모습을 바꿔나간다. 자연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언어학과 같은 인문과학에서 역시 ‘관찰’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철학을 전공한 영화감독이다. 그가 영화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관찰이다. 박찬욱 감독은 가상의 선인을 한 명 만들고, 그 선인을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에 빠뜨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인이 어떠한 행동과 결심을 하는지 지독하게 관찰한다고 한다.  이처럼 창조는 백지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자와 인류가 쌓은 지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영화 '박쥐' 박찬욱 감독

영화 ‘박쥐’ 박찬욱 감독

학창시절 잊히지 않는, 교수님의 과제가 있다. 노숙자, 거지, 행인 누구든지 상관없다. 불특정한 개인을 선택하고 그의 하루 동안의 삶을 추적하는 것이다. 매우 불온한(?) 이 과제를 가진 교과목은 ‘다큐멘터리 제작론’이다. 기존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다큐멘터리는 오지에 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것을 근대화가 잘 이루어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근대화 그리고 탈근대화의 삶을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오지의 살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삶을 시청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삶으로부터 창조와 혁신을 거듭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창조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은 불특정한 사람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특정인의 삶을 추적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기록은 선형(linear)의 타임라인 속에 존재하는 그의 삶을 분절시키는 것이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그의 삶이 나의 기록(Document) 속에서 분절(가편집, rough cut)되는 순간 창조적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following' christopher nolan

‘following’ christopher nolan

실로 관찰의 힘은 대단했다. 단조로운 아무개의 삶에서 차이와 유사를 발견했다. 아무개를 관찰하면서 같음에서는 공감을 느끼고, 다름에서는 이해가 필요했다. 어느 정도 시간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계속해서 아무개를 관찰했다. 공감과 이해의 시간이 지나고, 문득 떠오른 것이 ‘사건’이다. 단조로운 아무개의 삶에 사건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 흐르듯이 잘 흘러가고 있는 그의 삶을 도막도막 분절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의 삶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사건을 갈망하는 악마적 상상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미행(Following)’을 보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추적과 관찰을 통해서 그의 삶을 새롭게 조명한다. 영화에서 미행을 하는 주인공은 바보같이도 자신이 미행하던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추적당하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처럼 평범한 아무개의 삶을 도막 내고, 분절된 일상을 혼란스럽게 충돌시킴으로써 창조적 편집이 이루어진다. 그저 그런 삶을 살던 아무개를 혼탁한 상황에 툭 하고 던져 놓는 순간, 인류의 DNA에 잠재된 살아남고자 하는 초인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아타김 'OnAir Project'

아타김 ‘OnAir Project’

사진가, 아타김은 ‘관조-몰입-해체’를 통해서 자신의 사진을 만든다고 했다. 아타김의 사진을 보면 지금까지 일상에서 보기 힘든 풍경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표현했다. 그가 사진을 만드는 방법에서 ‘관조’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말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관찰하는 대상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단계다. 이렇게 지독하게 물음을 던지고, 명상의 경지까지 관조하다 보면 대상에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몰입’하는 순간 지금까지 관조했던 보답으로 대상은 내가 관조하는 동안 물었던 대답(?)을 돌려준다고 한다. 대상으로부터 원했던 대답을 돌려받는 순간, 그 대상을 이해하고, 아무개의 삶을 도막도막 분절시킨 것처럼 대상 역시 ‘해체’할 수 있다고 한다. 대상을 해체 하게 되면 사진가가 원하는 대상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일상에서 소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고 한다.

창조적인 삶은 인생을 흥미롭게 변화시킨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맞으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생활계획표를 만드는 것이다. 잘 짜인 생활계획표를 3일간 잘 따르다가 우리는 일탈을 꿈꾸고, 일탈을 실행에 옮긴다. 일탈하는 순간 사건이 발생하고, 방학생활은 더욱 알차지며(?) 흥미로움이 연속된다. 하루의 삶을 둥근 생활계획표에서 조각난 피자처럼 분절된다. 그 분절되고 지루한 계획으로부터 일탈하는 순간 계획했던 일정과 시간은 무너지고 재배치되며 도막 도막이 충돌하면서 삶은 창조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사건(긍정적인 의미에서)’을 만들고 지난 3일간 생활계획표를 따르던 나 자신과 사건 속에 나를 비교해보자. 어느덧 당신은 나 자신을 관찰하는 악마적 상상으로 가득한 관찰자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요약해보면 먼저 당신의 삶을 도막도막 ‘가편집(Rough cut)’ 해라. 일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과 일탈로 인하여 ‘사건’에 휘말린 자신의 삶을 악마적 상상으로 관찰하자. 딜레마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때로는 측은한 마음으로, 때로는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창조적인 삶의 서광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텍스트: 저자의 죽음과 귀환, 롤랑 바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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