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가 가지는 저마다의 폭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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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에서 활자가 가지는 힘은 실로 막강했다활자는 인간이 알고 있는 각각의 개념을 하나의 의미로 묶어주었다종이에 필사된 혹은 복제된 활자는 독자에게 때로는 기쁨으로슬픔으로충격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로 발전하였다. 19세기 사진의 발명은 또하나의 새로운 매체를 발달시켰다기존의 기록방식에서 사진의 이미지 기록방식은 가히 혁명적이었다기존의 활자와 회화는 작가의 상상과 기억을 더듬어 재현하는 매체였다사진은 현실상황을 그대로 복제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또한 그 전달력이 빠르고활자를 모르는 문맹에게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이미지를 이용한 매체는 만국의 공통언어이다우리가 제3세계의 영화를 자막이나 더빙의 도움없이 영상만 보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사진을 재현의 환영이라고 한다우리가 보는 영상과 사진은 촬영된 과거의 어느시점에 실제 존재했던 카메라 앞의 풍경을 2차원의 인화지 혹은 스크린에 재현한다영화 욕망’(Blow up, 1966)에서 주인공 사진작가는 우연히 범죄현상을 촬영한다실제 사회에서도 사진은 사건현장을 기록하고 그 현장을 증명해주는 증거물로 활용된다이처럼 사진은 조작과 비조작 여부를 넘어서 당시의 현장을 그림보다텍스트보다 극명하고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에디 아담스의 사진을 통해서 베트남전의 참상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이처럼 한 장의 극명한 사진은 인류의 무지 혹은 망각을 일깨우고 또다른 비극을 막는다.

글과 그림이 작가의 五感에 의해서 재현된다면 사진과 영상은 카메라라는 무기를 통해서 신기루처럼 나타난다물론 카메라맨 역시 붓을든 화가처럼 오감을 느끼면서 촬영한다하지만 영상을 기록하는 방식자체가 순간(찰라)이며 프레이밍이라는 예리한 도려냄을 통해서 투사된다이처럼 입력과 출력의 방식이 매우 전기적 혹은 화학적으로 차갑고 폭력적인 속성을 띄게 된다글쓰기와 그림그리기는 기억의 역추적으로부터 시작된다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자체가 매우 조심스럽다하지만 영상은 외과의사의 수술처럼 차갑고 예리하다사진은 찰라의 천분의 일초로 찍히는 대상을 정지시키고액화질소처럼 순간을 얼려 보존하며 정지된 차가운 이미지를 손쉽게 재현한다그리고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보는 사각의 프레임은 외과의사의 메스에의해서 도려내진 것처럼 예리한 시선으로 세상을 네모틀안에 가두려든다.

    ‘사진적 폭력이라는 제목을 가진 연작의 사진이 있다흑백의 극단적인 톤으로 로우앵글에서 플래시를 터트린 대비가 강한 사진이다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폭력성을 주제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사진속에 그려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흉물스럽고 죄지은 사람마냥 표현됐다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인화지에 그려진 사람들은 사실 공원을 산책하는 행인이었다고 한다이미지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방식이 순간으로 단축되고그 기록을 세상에 전달하는 경로가 마치 번개와 같아졌다사진과 영상 매체는 저마다 잠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하나의 사건이 빛과 소리로 무한히 복제되어 세상에 전달된다기존의 활자매체도 전기적으로 변모하여 무한히 복제되고 재현과 전파가 가능해졌다기록을 전제한 모든 매체는 강한 긴장을 하고 있는 활시위의 활과 같다우리는 저마다의 매체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매체의 잠재된 폭력성에대해서 항상 염두하고 기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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