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천연색 컬러 슬라이드 필름 ‘코다크롬’

“흑백필름으론 내 달콤한 상상력을 표현할 수 없어요.
코다크롬은 싱그러운 여름, 초록의 색감을 보여줘.
마치 온 세상이 맑은 날 같아요.
내 소중한 니콘 카메라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행복해!
엄마(?), 내 코다크롬의 추억을 가져가지 말아요.”

노래 ‘코다크롬’ 가사의 일부분이다. 사이먼엔 가펑클의 전 맴버 폴 사이먼(Paul Simon)이 1973년 발표한 노래다. 슬라이드 필름의 전설 ‘코다크롬’은 1935년 첫선을 보였다.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코다크롬 덕분에 사진가들은 흑백 시대와의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인 총천연색의 사진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코다크롬은 사진 뿐만 아니라 8mm, 슈퍼8, 16mm, 35mm 등 다양한 포멧의 영화필름으로 생산됐으며 1953년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영상기록에 사용되기도 했다.

탄생부터 단종까지 74년간 코다크롬은 특유의 생생한 색 묘사와 강한 내구성으로 아마추어와 프로에게 널리 사랑받았다. 실제로 코다크롬은 기록의 보존성이 매우 뛰어나다. 어딘가 창고에서 발견한 수십년 전의 필름도 촬영 당시의 생생한 색과 디테일을 보여준다.

슬프게도 코닥사는 2009년 코다크롬의 수요 감소와 디지털 사진의 도래를 이유로 생산 중단을 공식 발표한다. 뒤이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다크롬 현상이 가능한 미국 캔자스주의 드웨인 현상소 역시 2010년 12월 30일 현상기 가동을 중단을 발표한다. 중단 발표 이후 갑작스런 현상 수요의 증가로 실제로는 이듬해 1월까지 코다크롬 K-14 현상기를 운영했다고 한다.현상소가 코다크롬의 현상 중단을 발표하자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사연이 담긴 필름을 현상하려고 현상소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매그넘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도 그중 한 명이다.

사실 코다크롬이라는 필름의 존재보다 더 널리 알려진 것이 스티브 맥커리가 코다크롬으로 찍은 사진이다. 아프가니스탄 모나리자(Afghan Girl)로 알려진 이 사진은 1985년 6월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했다. 그렇다 바로 그 사진이다. 녹색 눈을 가진 소년이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정면을 응시하는 이 사진은 네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과 비유되며 ‘제3세계의 모나리자’라고 회자됐다. 파키스탄 난민수용소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니콘 FM2와 105mm 단렌즈로 촬영됐다. 이처럼 카메라는 화가의 붓과 같은 도구이며 필름은 그림의 색감을 결정하는 물감처럼 사진을 구성하는 데 강한 요소로 작용한다.


스티브 맥커리는 그의 경력 초반에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했다. 신문사 사진기자를 그만두고 스티브는 코다크롬 100롤과 함께 인도로 떠났다고 한다. 인도의 총천연색 거리와 힌두교의 다양한 의미들은 코다크롬으로 촬영하기 최적의 대상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또한 스티브는 자신의 인생 속에서 최고의 사진은 대부분 코다크롬으로 촬영됐다고 말했다.

코닥은 코다크롬 생산 종료를 앞두고, 스티브에게 ‘코다크롬 마지막 롤’(The last roll of Kodachrome)이라는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필름은 한 롤에 36컷을 촬영할 수 있다. 전설 스티브 맥커리도 사람이다. 무작정 카메라에 36컷의 필름을 넣고 작품을 만들어내기는 큰 부담이다. 스티브 맥커리는 의뢰받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한다. 디지털을 통해 광선과 노출, 프레임 등을 미리보기 하고 최종의 결과물은 코다크롬에 한컷 한컷 아로 새긴다.


스티브는 그의 촬영 장소로 뉴욕과 인도를 선택했다. 스티브는 뉴욕에서 헐리우드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를 촬영하고 매그넘 사진가 엘리엇 어윗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자신의 프리랜서 경력의 첫 무대였던 인도로 날아가 볼리우드(인도 뭄바이의 영화산업)의 상징적 배우의 인물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마치 코다크롬과 비슷한 운명에 처한 얼마 남지 않은 라자스탄의 루바리 부족을 기록한다.

촬영 간 중복된 이미지를 제외하고 36컷 중 31컷의 이미지는 미국 뉴욕의 이스트만 박물관(George Eastman Museum)에 기증됐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한 라자스탄 루바리 부족의 마술사를 기록한 슬라이드 마운트에 스티브 맥커리는 빨간색 큰 별을 그려 뉴욕과 인도의 여정에서 최종으로 선택된 이미지임을 표시해 뒀다.